‘우울증’ 하면 많은 이들이 단순한 마음의 병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몸속의 복잡한 생리 작용과 호르몬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갑상선 기능저하증’입니다.
갑상선은 생각보다 우리 정신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기관입니다.
이 글에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우울증이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생리학적 기전과 진단적 함정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호르몬 변화가 만드는 감정의 굴곡 – 세로토닌과 갑상선의 연결고리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이지만,
우리 몸에서 에너지 대사, 체온 조절, 심장박동 유지, 뇌 기능 조절 등 수많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몸 전체가 느려지고 처지게 되며,
이런 물리적 저하 상태는 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정신적 활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세로토닌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은 갑상선 호르몬과 밀접한 상호작용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감정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이 세로토닌의 농도도 낮아지며 우울감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
정신적인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놓칠 수 있는 갑상선의 이상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약 5~8배 정도 더 많이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갱년기 전후의 여성 환자들은 기분 변화나 불면, 불안감을 단순히 ‘나이 탓’이라 여겨 방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혈액검사를 통해 TSH(갑상선 자극호르몬), T3, T4 수치를 확인하면 우울감의 원인이 호르몬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인 증상이 뚜렷하지만, 실제 원인은 내분비계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단의 그림자 – 정신과 질환과 헷갈리기 쉬운 갑상선 이상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우울증은 증상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오진 혹은 진단 지연이 발생합니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피로감,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부족, 불면증, 식욕 변화 등은 갑상선 기능저하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단순히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일시적 우울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정신과를 먼저 방문하게 되고, 호르몬 검사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항우울제 복용이 먼저 시작되면, 갑상선 문제라는 근본 원인을 놓친 채 임시방편으로
증상을 억누르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의 회복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잘못된 약물 사용으로 부작용까지 겪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음에도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경우,
의외로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하시모토 갑상선염처럼 자가면역 질환이 원인인 경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며 환자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수년간 방치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울감을 느낄 때는 정신과와 내과적 접근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 클리닉에서도 갑상선 기능검사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단 프로토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진단 시 초기 단계에서 TSH, Free T4 등의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점차 표준화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 – 몸과 마음을 동시에 보는 접근법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간단히 이뤄집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TSH 수치가 상승하고 Free T4 수치가 감소했다면,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치료 방향 설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 보충 치료를 통해 호르몬 균형을 회복하면 우울증 증상도 함께 개선됩니다.
만약 이미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담당 의사와 협의하여 병용 치료를 시도하거나,
치료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한 정신과적 치료와 내분비학적 치료를 동시에 병행하는 전략은 최근 의료계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질환으로 시작된 치료가, 다른 신체 영역의 병을 함께 다스리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그 외에도 생활 습관 개선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 충분한 수분 섭취, 가공식품 최소화, 스트레스 관리 등은 호르몬 밸런스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요오드, 셀레늄, 아연 등은 갑상선 호르몬 생성과 대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음식이나 영양제로 보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능의학이나 통합의학 관점에서 접근하는 치료도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 건강과 갑상선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거나, 영양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병’으로 느껴졌던 증상이, 사실은 몸의 신호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결론: 몸과 마음을 모두 살피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놓칠 수 있는 몸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증폭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지속적인 무기력감, 이유 없는 피로, 감정 기복, 불면 등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내분비 검사를 포함한 정밀 진단을 받아보세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